맞습니다. 저는 기쁘고 감사하며 작아진 동시에 이 여정과 관련된 단순한 숫자만으로도 놀라움을 금치못합니다. 부활 화요일부터 성령강림대축일까지 저는 거의 50일 동안, 스페인 세비야부터 산티아고 드 콤포스텔라까지 거의 2000미터 고도를, “세상의 끝자락”이라 불리는 카미노 피니스테레 비아 무시아를 가로지르며 총 1200km 가량을 걸었습니다. 코스펠드로 돌아온지 거의 2주가 되었지만 정말로 돌아오려면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2004년부터 주로 스페인에서 여러번 가장 다채로운 카미노(순례)를 걸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숙소에서 일했기 때문에 많은 순례객들을 맞이하고 돌보면서 순례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 동기는 순례가 가져다 준 것을 순례 행위에 다시 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멀리 떠나있는 시간, 거저 주어진 3개월의 시간이 이제는 제게 비아 델 라 팔라타라는, 이미 기원전 로마인들이 스페인 남부에서 북부 사이의 무역로로써 만든 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 길, 비아Via는 어땠고, 저는 어떠한 체험을 했을까요?
혼자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노신사가 제게 와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혼자세요?” 그래서 “맞아요,”라 답했습니다. 그는 “맙소사,”라고 의문스럽고도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말하더군요. 그러더니 제 손을 잡고 손바닥에 성호를 그어 주었습니다. 가는 길이 험하거나 돌 투성이일때, 여정이 길고 지칠때 자주 생각했던 감동적인 만남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길은 다른 카미노와는 비교할 수 없었고 깊은 인상을 남겼던 멋진 길이었습니다. 거기에는 거친 아름다움과, 수 시간째 걷다보면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을 볼 수 있는 끝없는 평야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이 길에 기본적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소위 “안락한 순례”라곤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기나긴 자갈길, 왼편에는 포도밭, 오른쪽에는 올리브 숲에다, 양떼와 소떼가 있는 거대한 목초지, 수많은 코르크 나무들, 화사한 봄꽃이 있었습니다. 아마 제일 좋은 계절에 갔었나 봅니다. 그리고 친절한 소규모의 인구와 흔히 필수품만 갖춘 소박한 숙소가 있는 작은 마을들을 보게 됩니다. 세비야, 메리다, 살라망카, 자모라같은 대도시에서는 독일처럼 삶이 분주합니다. 훌륭한 대성당과 교회들 (물론 경탄하면서 바라보았던)뿐만 아니라 값진 미술품 애호가들을 위해 도시 경관을 장악하는 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길 자체에서 끌림을 느꼈습니다.
길은 경탄의 대상이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 고유의 아름다움을 알아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제게는 며칠이나 걸렸는데 그러고 난 다음에는 도무지 이곳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체가 제 영혼 안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의사도 약품도 필요하지 않았던 점에 감사하고, 집에 올때까지 배낭에서 비옷을 꺼낼 일이 없었던 점도 마냥 감사할 뿐입니다.
기셀라 마리아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