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순례가 내게 어떠한 의미를 지녔는지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순례 기간 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모든 것이 시작된 독일에서 수녀회의 뿌리를 접했던 일이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감정을 겪고 느꼈다. 우선은 이 모든 도움을 주신 수녀회, 총참사회와 관구참사회와 내 공동체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로마와 독일에서 우리를 동반해 준 모든 수녀님들에게도 한없는 감사의 마음이 든다. 이 멋진 일을 내게 맡겨주심에도 감사 드린다. 엄청난 선물을 두 번이나 받았던 것이 특권으로 여겨진다.
그룹과 함께 순례를 하고 매일 어느 정도의 거리를 여행하는 일은 분명 하느님의 좋으심이 내 삶의 단계에 선물로 내려주신 독특한 체험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나는 경청하고 느끼고 체험하려 애썼고, 커다란 갈망을 가지고 우리 과거의 뿌리에 더 깊이 들어가고 역사적이며 성스러운 공간을 체험하려 노력했다. 이는 나로 하여금 이 여정을 음미하고 내 눈으로 또 다른 현실을 보게 만들었다. 주어진 삶을 관상하고 경외심을 가지는 것은, 매 순간의 성스러움에 감사하고 나의 모든 성소의 역사에 침투해 계신 하느님께 나 자신을 더 많이 연계시키는 것이다.
순례 기간 중에 내가 추구하던 모든 대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나 자신을 성령께 열어두었다. 의문점이 생기더라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 노틀담 수녀로서의 나의 모든 추구와 갈망에 대한 답을 가지고 계신 하느님을 찾기 때문이다.
여러 장소에 단체 순례자의 하나가 된다는 것은 과거를 과거로 발견하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풍부함을 살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로마 교회들은 무척이나 조용했고 대부분은 이상할 정도로 비어있지만 아름다움과 생명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우리에게 세상의 다양한 언어들로 이야기 한다. 이 교회들은 박물관처럼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 들어와 그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라고 우리를 초대한다. 조용히 앉아있거나 장궤를 하고 하느님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경청하고 우리의 온 존재와 깊은 접촉에 들어가라고 초대한다. 하느님의 신비로운 선물과의 접촉, 그것이 나다.
아씨시도 단순함과 청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준 장소였다. 여러 장소와 교회와 거리, 자연의 아름다움과 과거를 돌아보며, 나는 그토록 많은 이들이 의미를 가지고 하느님께, 삶의 훨씬 더 큰 의미를 찾아나선 많은 이들이 매혹된 하느님께 자신들의 삶을 바친 이들에게는 교회와 거리와 자연의 아름다움과 과거보다 더한 무엇이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이번 순례는 또한 삶과 부유함의 상당부분을 체험하고 여러 문화와 사람들의 풍요로움을 지닌 모원에서 국제 수녀원의 발걸음을 느끼는 것이기도 했다. 모원의 다양함 안에서 수녀회와 하느님 나라를 위해 자신들의 풍성함과 가치를 지닌 다양한 관구 수녀들의 지칠 줄 모르는 일들. 수녀님들이 실현하는 삶과 은사와 자질은 우리를 보다 더 하나의 수녀회로 일치시켜 주는 것이다. 모원과 독일, 네덜란드, 로마 대리구 수녀님들과 함께 삶과 사도직을 나누고 기도하고 미사를 드리던 순간은, 다른 언어 때문에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너무나 강렬하고 중대한 순간들이었으며 굉장한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수녀회의 뿌리와 기원을 발견하는 일은 내게 있어, 우리 수녀회 역사를 읽고 그 안에 더 깊이 들어가는 체험을 통해 수녀님들과 수녀회와 더한 화합을 이루도록 자극제가 되어주었다.
보다 더 나를 감동시켰고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은 나뮤르의 성녀 쥴리 묘지에서 미사를 드렸던 일이었다. 기도 안에서 모든 노틀담 수녀들과 나 자신을 일치시킨 일, 쥴리가 하느님 좋으심의 전달자가 됨으로써 이 세상에 현존하게 된 수 천명의 수녀들과 일치하는 일은 특별한 은총이었다. 우리는 하느님의 좋으심을 세상에 알리는 은총을 누리고 있다. 순례를 하다 보면 이에 대한 많은 체험을 하게 된다. 그저 측량할 수 없는 하느님의 사랑과 좋으심에 감사하게 될 뿐이다.
여행하면서 내 안에서 발견하는 것은 길을 통해 하느님께서 내게 말씀하시는 것들이다. 그분은 당신 창조물의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새로운 눈과, 당신의 호소를 들을 수 있는 새로운 귀와, 새로운 평화와 삶의 아름다움을 말하고 살아갈 수 있는 새 혀를 주시며 나를 보다 깊은 차원으로 이끄신다. 모든 장소에서 수많은 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은 우리로 하여금 다른 세상을 보게 하고 가장 심오한 갈망을 새로운 방식으로 맞아들이게 한다.
교회의 심장부와 수녀회의 뿌리를 알고 경외한다는 것은 우리를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접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떠난다는 것이다. 거룩한 장소와 역사적인 공간에 가는 것은 나의 개인적, 수녀회적 역사와 접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위대한 계획의 일부분을 느끼는 것이다..
순례는 매우 성스럽고도 묘사하기 어려운 친밀한 체험이지만 하느님의 좋으심과 사랑으로 가득 차있다. 이 순례는 내게 있어 커다란 신앙 표현이며 수녀님들과 함께하는 고요하고 자매적인 삶, 새 빛, 노틀담 수녀라는 내 존재에 대해 다르고 더 깊은 갈망을 맞아들이는 표현이었다. 그리고 쇄신, 감사, 찬미, 수녀회와 교회 안에서의 삶에 대한 체험의 시간이었다..
이 풍요로운 기회와 굉장한 삶의 체험을 하게 해 주심에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