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2일 유기서원 수녀들이사도직에서의 숨 가쁜 걸음을 멈추고 동계 모임을 가지려 인천 관구 본원에 모였습니다. 먼저 렉시오 디비나와 일 년 돌아보기를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 자신에게 어떤 말씀을 건네시는지, 지난 일 년 동안 하느님 안에서 나의 성장은 어떠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임 초반에 저희는 2박 3일 동안 인천을 떠나 광주, 순천, 구례, 담양을 거치는 여행을 하였습니다. 본원에서 약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광주 5.18 민주화 운동 기록관이었습니다. 유네스코 기록물에 등재된 귀중한 기록물들을 통해 전달된 역사의 한 장면 앞에서 모두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행 둘째 날에는 순천 이주민센터를 방문하여 필리핀, 베트남 등 여러 국가의 이주민들과 함께 영어 미사를 드렸습니다. 필리핀 바타안의 국제 양성소에서 청원·수련기를 지낸 저희들은 모두 타국살이의 어려움을 경험하였었기에, 그곳에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리스도의 몸을 모시는 이들의 간절함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인천으로 올라오는 셋째 날에는 구례성당의 주임 신부님께서 미사를 집전해주시고, 담양에 계시는 최창무 주교님께서 시간을 내어주셨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마음에 담고 신자들을 위해서 사목하시는 신부님, 교회를 넓고 깊은 눈으로 바라보시며 저희 유기서원자들이 하느님께서 쓰시는 질그릇으로 빚어지도록 용기를 주신 주교님과 보낸 시간을 통해 마음 깊이 감동을 안고 본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부터는 모임의 두 번째 주요 프로그램인 ‘미래 리더십 워크숍’ 전달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마리아 환희 수녀님께서 준비해주신 이 강의를 통해 우리가 이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어떤 모습의 수도자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하여 스스로 질문하고 길을 찾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워크숍 안에서 각자가 성령께 귀를 기울여 영감을 받고 생각을 나누었고, 최종적으로 “너희는 가서 먼저 손을 내밀어 만나라!”라는 유기서원자 성명서를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워크숍을 마친 후에는 메리 앤 총장 수녀님과 온라인 만남을 갖게되었습니다. 아프리카 대리구 방문을 마친 후 피곤하실 것임에도 불구하고 환한 미소로 저희를 반겨주시고 한 명 한 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시는 수녀님의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회헌과 성경 말씀을 통해 이 유기서원기의 가치와 풍요로움을 일깨워주신 총장 수녀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In moment like this’라는 노래를 불러드릴 수 있어 기뻤습니다.
관구장 수녀님과의 만남 안에서도 수녀님께서는 성경 말씀으로 저희를 초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모임 내내 중심이 되어 계신다는 것을 느끼며, 저희 가운데 계시는 하느님의 현존에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밖에도 관구 본원 공동체를 위한 작은 일에 참여할 시간도 주어졌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저희는 서로를 향한 기도와 응원, 함께함으로 인한 감사와 더불어 각자에게 주어지는 도전을 안고 삶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저희를 재촉하시도록’ 성령께 마음을 열어 드리며 노틀담 수녀로서 매일을 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